1편에서 카카오를 12만 5,000원에 산 투자자는 3년 반 동안 팔 기회를 여러 번 놓쳤다. 그 기회를 가장 먼저 알려 준 것이 이동평균선이었다. 2021년 9월 9일 카카오는 12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내려갔고 그날 종가는 12만 8,500원으로 아직 매수가보다 높았다. 이번 글에서는 이동평균선을 읽는 방법과 이 규칙을 시가총액 상위 100종목에 적용한 결과를 정리한다.

이동평균선은 최근 며칠의 평균 가격이다
이동평균선은 최근 며칠 동안의 종가를 평균 낸 값을 날마다 이어 그린 선이다. 20일 이동평균이라면 오늘부터 20거래일 동안의 종가를 더해 20으로 나눈다. 다음 날에는 가장 오래된 하루를 빼고 새 하루를 더해 다시 평균을 낸다. 평균을 내는 구간이 하루씩 옮겨 가서 이동평균이라고 부른다.
하루하루의 주가에는 뉴스나 수급 때문에 생긴 일시적인 등락이 섞여 있다. 평균을 내면 이런 등락은 서로 상쇄되고 여러 날에 걸쳐 이어진 방향만 남는다. 20일선은 대략 한 달, 60일선은 석 달, 120일선은 반년 동안 이 종목을 산 사람들의 평균 매수 가격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증권사 차트는 대부분 5일, 20일, 60일, 120일 이동평균선을 기본으로 보여 준다. 기간이 짧을수록 주가를 빠르게 따라가고 길수록 느리게 따라간다. 최근 가격에 가중치를 더 주는 지수이동평균(EMA)처럼 계산 방식이 다른 선도 있는데 이 글에서는 가장 널리 쓰는 단순이동평균을 기준으로 설명한다.
위치, 기울기, 배열
이동평균선은 세 가지를 본다. 첫째는 위치다. 주가가 이동평균선 위에 있으면 그 기간에 산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수익을 보고 있고 아래에 있으면 손실을 보고 있다. 1편에서 120일선 아래로 떨어진 것을 상승 추세가 끝난 신호로 볼 수 있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둘째는 기울기다. 이동평균선이 올라가고 있으면 상승 추세, 내려가고 있으면 하락 추세, 옆으로 누워 있으면 횡보다. 주가가 선 위로 올라와도 선 자체가 내려가고 있으면 추세가 돌아섰다고 보기 어렵다. 책에서 시장 국면을 판별하는 방법 여섯 가지를 비교했을 때도 주가가 선의 위에 있는지보다 선이 오르는지 내리는지를 본 방법이 상승장과 하락장을 더 잘 구분했다.
셋째는 배열이다. 이동평균선이 위에서부터 5일, 20일, 60일, 120일 순서로 놓이면 정배열이라고 한다. 어느 기간으로 보든 최근에 산 사람일수록 비싸게 샀다는 뜻이라 상승 추세가 강한 상태다. 순서가 거꾸로면 역배열이고 하락 추세다. 여러 선이 한 가격대에 모여 엉켜 있으면 수렴이라고 하며 아직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두 선이 교차하는 순간에도 이름이 있다. 짧은 선이 긴 선을 아래에서 위로 뚫으면 골든크로스, 위에서 아래로 뚫으면 데드크로스다. 국내에서는 20일선과 60일선의 교차를 가장 많이 본다. 교차는 추세가 바뀌기 시작하는 시점이 아니라 이미 바뀐 추세를 확인하는 신호라서 늘 늦게 나온다.
카카오 차트에 이동평균선을 그려 보면
2020년 4월 29일 카카오의 20일선이 60일선을 넘는 골든크로스가 나왔다. 종가는 수정주가 기준 3만 6,900원이었다. 이후 카카오는 정배열을 유지하며 1년 넘게 올랐고 투자자가 12만 5,000원에 산 2021년 5월 27일에도 5일, 20일, 60일, 120일선이 차례로 놓인 정배열이었다.
고점 뒤 처음 나온 기준은 20일선과 60일선의 데드크로스다. 2021년 8월 18일 종가는 14만 5,500원으로 매수가보다 16% 높았다. 9월 9일에는 5일선이 20일선 아래로 내려갔고 같은 날 주가가 120일선 아래로 떨어졌다. 종가 12만 8,500원으로 아직 3% 수익이었다. 11월 11일에는 5일선부터 120일선까지 순서가 완전히 뒤집혀 역배열이 됐고 12월 들어서는 120일선 자체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2022년 3월의 반등도 이동평균선으로 보면 성격이 분명해진다. 3월 18일 주가는 10만 8,500원까지 올랐지만 바로 위에 내려오는 120일선(약 11만 200원)이 있었다. 사흘 뒤인 3월 21일 20일선이 60일선을 넘는 골든크로스가 나왔다. 그러나 긴 선이 내려가는 중에 나온 골든크로스였고 4월 28일 다시 데드크로스가 나왔을 때 주가는 8만 9,300원이었다. 1편에서 데드캣 바운스라고 부른 반등이다.
| 매수 (골든크로스) | 매도 (데드크로스) | 수익률 |
|---|---|---|
| 2020년 4월 29일 3만 6,900원 | 2020년 10월 19일 7만 900원 | +92% |
| 2020년 12월 1일 7만 5,200원 | 2021년 8월 18일 14만 5,500원 | +94% |
| 2021년 12월 1일 12만 2,500원 | 2021년 12월 16일 11만 9,500원 | −2% |
| 2022년 3월 21일 10만 5,000원 | 2022년 4월 28일 8만 9,300원 | −15% |
| 2022년 8월 12일 8만 2,500원 | 2022년 9월 14일 6만 8,100원 | −17% |
| 2022년 12월 5일 5만 8,000원 | 2023년 3월 21일 6만 900원 | +5% |
20일선과 60일선의 교차만 따라 사고팔았다면 상승 추세에서는 두 번의 매매로 두 배 가까운 수익을 냈고 하락 추세로 바뀐 뒤에는 매매할 때마다 조금씩 잃었다. 하락하는 중에 나온 골든크로스는 대부분 속임수였다. 그래도 한 번에 잃은 폭은 2~17%였고 끝까지 들고 있던 투자자의 손실과는 크기가 다르다. 여섯 번의 매매를 이어 붙이면 비용을 빼기 전 +167%로 같은 기간 들고 있었을 때(+65%)보다 높다. 다만 카카오는 큰 상승과 큰 하락이 한 번씩 뚜렷했던 종목이라 이런 결과가 나왔다.
실전에 적용해 보면: 시가총액 상위 100종목
카카오 한 종목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 2021년 1월 초 시가총액 상위 100종목에 같은 규칙을 적용했다. 20일선이 60일선 위에 있으면 보유하고 아래로 내려가면 판다. 신호가 나온 다음 날 종가에 사고팔고 거래비용 0.28%를 뺐다. 이후 상장폐지된 종목도 그대로 넣었다. 기간은 시장이 횡보하거나 하락한 2021년 1월~2025년 3월과 크게 오른 2025년 4월~2026년 9월로 나눴다.
| 구간 | 종목 수 | 그냥 보유보다 수익이 높았던 종목 | 수익률 중간값 (이동평균선 / 보유) | 손실 종목 비율 (이동평균선 / 보유) | 최대낙폭 중간값 (이동평균선 / 보유) |
|---|---|---|---|---|---|
| 횡보, 하락장 (2021년 1월~2025년 3월) | 99 | 33% | −27% / −13% | 76% / 60% | −50% / −56% |
| 상승장 (2025년 4월~2026년 9월) | 100 | 20% | +14% / +44% | 35% / 24% | −36% / −45% |
| 전체 (2021년 1월~2026년 9월) | 99 | 24% | −7% / +36% | 52% / 36% | −55% / −59% |
이동평균선대로 사고판 쪽이 그냥 들고 있는 것보다 나았던 종목은 전체 기간에 24%, 상승장에서는 20%였다. 10종목 가운데 2종목 정도다. 횡보, 하락장에서도 33%에 그쳤다. 떨어질 때 빠져나오니 최대낙폭은 조금 줄었지만 박스권에서 사고팔기를 반복하며 잃은 돈이 더 컸고 상승장에서는 시장 밖에 있던 동안 상승을 놓쳤다.

잘 맞은 종목은 추세가 한 번 크게 나온 경우다. HMM 은 2021년 해운 운임 급등으로 주가가 3배가 된 뒤 7월 데드크로스에서 빠져나와 이후 하락의 대부분을 피했다. 그냥 들고 있었다면 +26%(최대낙폭 −72%)였고 이동평균선대로 사고팔았다면 +90%(최대낙폭 −55%)였다.

잘 맞지 않은 종목은 오랫동안 박스권에 머문 경우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1~2024년 1만 5,000원에서 2만 5,000원 사이를 오가는 동안 12번 사고팔아 11번을 잃었고 2025년 5월까지 누적 수익률이 −45%가 됐다. 2025년 5월 13일 대세 상승 직전에 나온 매수 신호는 9월까지 +108%를 벌었지만 대부분 앞서 잃은 돈을 메우는 데 쓰였다. 그 뒤로는 판 가격보다 비싸게 다시 사는 일이 이어졌다. 2026년 1월 8만 9,500원에 산 주식은 5월 13만 6,400원까지 올랐지만 데드크로스가 늦게 나오면서 6월에 9만 1,100원에 팔았다. 그냥 들고 있었다면 +509%, 이동평균선대로 사고팔았다면 +7%다.
지금 삼성전자의 이동평균선

삼성전자는 6월 18일 36만 2,500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7월 22일 20일선이 60일선 아래로 내려가는 데드크로스가 나왔고 7월 30일 20만 7,000원까지 떨어졌다. 추석 연휴 전 마지막 거래일인 9월 23일 종가는 28만 5,500원이다.
지금 삼성전자의 이동평균선은 수렴 상태다. 5일선부터 120일선까지 네 선이 26만~27만원 사이에 모여 있고 주가는 이 묶음 위로 올라섰다. 20일선과 120일선은 올라가고 있지만 60일선은 아직 내려가고 있다. 20일선(26만 1,900원)이 60일선(26만 2,000원)을 넘으면 골든크로스가 되는데 60일선이 내려가는 중에 나온 골든크로스는 카카오의 2022년 3월처럼 속임수로 끝나기도 한다. 책에서도 장기이동평균선의 기울기가 위로 돌아선 뒤에 나온 골든크로스를 더 믿을 만한 신호로 본다.
수렴 뒤에는 주가가 모인 선들을 위로 벗어나면 정배열로, 아래로 이탈하면 역배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어느 쪽으로 갈지는 알 수 없다. 이동평균선이 알려 주는 것은 지금 추세가 어떤 상태인지이고 앞으로의 방향은 아니다.
이동평균선이 주는 것
카카오 투자자가 이동평균선을 봤다면 2021년 여름과 가을 사이에 팔 이유가 여러 번 생겼다. 이동평균선이 고점에서 팔게 해 주지는 않는다. 평균은 언제나 가격보다 늦게 움직인다. 대신 추세가 꺾였다는 사실을 그날의 감정과 상관없이 보여 준다. 16만 9,500원을 본 투자자에게 14만 5,500원의 데드크로스는 아쉬운 가격이었겠지만 그 뒤의 3만원대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실전에 적용해 보면 이동평균선 하나로 종목을 사고파는 방법은 10종목 가운데 2종목 정도에서만 통했다. 추세가 크게 한 번 나오는 종목에서는 손실을 막아 주지만 박스권에서는 속임수 신호가 수익을 깎고 상승장에서는 너무 일찍 판다. 이동평균선을 쓰기 전에 지금 시장이 어떤 국면인지부터 가려야 하는 이유다.
본 자료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종목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