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4% 올랐다. 7월과 같은 수준으로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전월 대비로도 헤드라인은 0.4% 올라 예상과 같았다. 시장을 움직인 것은 근원 물가였다.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3% 올라 시장 예상치 0.2%를 웃돌았다. 발표 뒤 9월 FOMC 금리 인상 확률은 90% 부근으로 뛰었다.

전년 대비 상승률로 보면 헤드라인 물가는 3월 3.3%에서 오르기 시작해 5월 4.3%까지 올랐고 이후 8월 3.4%로 안정됐다.
3월 이후 급등은 유가 때문이었다. 이란과의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고 휘발유는 갤런당 4.5달러까지 올랐다. 5월 에너지 물가는 1년 전보다 23.5% 높았다. 헤드라인이 4%를 넘은 것은 이 에너지 상승분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반면 관세의 영향은 크지 않았다. 같은 기간 에너지와 식품을 뺀 핵심 상품 가격은 오히려 소폭 내렸다.
여름 들어 유가 충격이 잦아들면서 헤드라인도 함께 내려왔다. 6월 에너지 물가는 한 달 새 5.7% 떨어졌고 휘발유는 9.7% 내렸다. 헤드라인 전년비는 6월 3.5%, 7월 3.4%로 낮아졌다. 8월에는 휘발유가 다시 3.9% 오르며 월간 상승률을 0.4%로 밀어올렸지만 전년비는 3.4%로 7월과 같았다. 헤드라인이 지금 자리에 있는 이유는 유가가 봄만큼 오르지도, 계속 내리지도 않고 높은 수준에서 멈춰 있기 때문이다.
근원 물가는 이 에너지 등락과 따로 움직였다. 유가 급등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고 8월에는 2.4%까지 완만하게 낮아졌다.

발표에서 예상과 어긋난 것은 근원물가의 월간 흐름이었다. 근원 CPI는 전월 대비 상승률이 0.3%로 나오면서 시장이 예상 0.2%를 넘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물가가 지금 어느 속도로 오르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이 0.3%가 1년 이어지면 3.5%에 해당한다. 전년 대비 근원 상승률 2.4%보다 높다. 최근 오름폭이 1년 평균보다 빠르다는 뜻이고 근원 물가의 둔화가 멈출 수 있다는 신호다.
헤드라인 전월 상승률 0.4%는 대부분 휘발유였다. 6월에는 유가 하락으로 마이너스였다가 8월에 다시 올라왔다. 헤드라인은 에너지에 따라 크게 흔들리지만 근원은 좁은 범위에서 0.2%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연준이 보는 것은 이 근원물가 쪽이다.
시장은 금리 인상으로 반응했다
현재 미국 정책금리는 실효 기준 3.63%다. 물가 상승률 3.4%를 빼면 실질 정책금리는 0을 겨우 웃돈다. 물가가 목표로 내려오지 않는데 실질금리가 낮으면 연준은 긴축을 이어갈 이유가 생긴다.
채권시장은 곧바로 금리 인상 쪽으로 움직였다. 30일 연방기금금리 선물 가격으로 계산하면 9월 11일 종가 기준 9월 16일 회의의 인상 확률은 88%다. 시장은 인상을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이후로도 12월과 내년 3월에 걸쳐 정책금리가 4.4% 부근까지 오르는 경로를 반영하고 있다.
이 확률을 시장 가격에서 직접 계산하는 방법은 앞선 글에서 자세히 다뤘다.
8월 물가에서 헤드라인은 유가가 만든 숫자다. 유가가 다시 오르면 헤드라인도 오르고 유가가 내리면 헤드라인도 내린다. 연준은 이런 에너지발 등락을 대체로 중요하게 보지 않는다. 정작 중요한 것은 근원물가이다. 근원물가 전월 상승률이 예상을 웃돌면서 근원 물가가 목표로 쉽게 내려오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
9월 16일 FOMC가 닷새 앞이다. 시장은 인상을 거의 확실하게 보고 있다. 남은 질문은 어디까지 올라갈 것이냐 이다. 근원이 지금 속도를 유지하면 연준의 긴축은 겨울까지 이어질 수 있다. 유가가 다시 흔들리면 그 위에 헤드라인 부담이 추가된다. 다음 방향은 근원 물가가 언제 다시 내려오기 시작하는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