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9/4) 원달러 환율이 1,359.5원에 마감했다. 52주 최저치이자 연초 1,434.9원에서 5.3% 하락했다. 최근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한 주에만 20원 넘게 밀렸다.
환율이 이렇게 움직이면 통상 달러가 약해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달러가치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달러가치는 그대로다
달러 인덱스는 99 수준으로 연초와 거의 같은 자리에 있다. 미 연준의 교역가중 달러지수로 봐도 연초 이후 -0.7%에 그친다. 같은 기간 원화는 5.5% 절상됐다. 달러가 내려간 것이 아니라 원화가 홀로 강해진 것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미 국채금리다. 미 10년물은 4.79%로 1년 최고치를 찍었다. 과거의 공식대로라면 미 금리 급등은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 요인이다. 그 공식이 전혀 작동하고 있지 않다. (미 10년 국채금리 급등의 이유는? 글 참고)

원화강세의 원천 : 사상 최대 경상흑자
원화 강세의 가장 큰 요인은 무역이다. 6월 수출은 1,022억 달러로 월간 기준 사상 처음 1,000억 달러를 넘었다. 전년 동월(598억 달러) 대비 71%나 증가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만든 숫자다.

그 결과 경상수지는 12개월 누적 2,963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계속 갈아치우고 있다. 매달 벌어들이는 달러가 서울 외환시장에 공급으로 쌓이고 있다. 이는 환율에 구조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한 가지 더 살펴볼 것은 외환보유고다. 이만한 흑자에도 보유고는 상반기 내내 4,280억 달러 안팎에서 정체했다. 벌어들인 달러의 상당 부분이 내국인의 해외 주식과 채권 투자로 다시 나갔다는 뜻이다. 이 유출이 없었다면 절상 속도는 더 가팔랐을 것이다. 그런데 8월에는 보유고가 4,423억 달러로 한 달 새 143억 달러 늘었다. 1971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한국은행은 금융기관 외화예수금과 운용수익 증가를 이유로 들었다. 밖으로 나가던 달러가 안으로 쌓이기 시작한 셈이니 환율 하방 압력은 오히려 커졌다.

사라진 약세 요인: 외국인 주식 매도
상반기의 원화 약세를 만든 것은 외국인의 주식 매도로 보인다. 코스피가 연초 4,310에서 6월 22일 9,115까지 2배 이상 오르는 동안 글로벌 펀드가 보유한 한국 주식의 평가액도 함께 불어났다. 지난해 말 36.3%였던 코스피의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은 6월 초 40.3%까지 높아졌다. 국가별 비중을 정해 두고 운용하는 펀드라면 늘어난 만큼 한국 주식을 매도해 비중을 유지해야 했을 것이다.
실제로 외국인은 5월과 6월 두 달 동안 코스피에서 89조원을 순매도했다. 주식을 매도한 돈을 달러로 바꿔 나가는 환전 수요가 환율을 밀어 올렸다. 매도가 가장 거셌던 6월 마지막 두 주의 순매도는 27조원이었고 환율은 바로 이 구간에서 1,550원대 고점을 찍었다.

최근 코스피가 조정을 보이면서 압력은 빠르게 줄고 있다. 월간 순매도는 7월 10조원, 8월 4조원으로 축소됐고 순매수를 기록한 주도 나오고 있다. 주식 매도라는 약세 요인이 잦아들고 경상흑자라는 강세 요인만 남았다. 하반기 들어 원화 강세가 가팔라진 배경이다.
원화는 어디로 가나
수출 급증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6월 반도체 수출은 448억 달러로 1년 전보다 199% 늘며 사상 처음 400억 달러를 넘었다. 전체 수출 1,022억 달러의 44%에 해당한다. 월간 수출 1,000억 달러 돌파도 결국 반도체가 만든 기록이다.
이 물량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2027년 HBM과 D램 생산 물량은 이미 고객사에 대부분 배정됐고 고객들은 원하는 양의 60~70%만 확보한 상태다. HBM은 일반 D램보다 생산능력을 3~4배 잠식하기 때문에 지금 투자를 늘려도 실제 증산은 2028년 중반 이후에나 가능하다. 골드만삭스는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간이 2년 가까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반도체 수출이 유지되면 경상흑자와 달러 공급도 유지된다. 원화 강세를 만든 조건이 앞으로 2년 정도는 유효하다고 보는 이유다. 주식시장 쪽 변수도 같은 방향이다. 코스피가 당분간 횡보에 머문다면 외국인 비중이 급격하게 늘거나 리밸런싱 매도가 재개될 이유도 없다. 약세 요인은 잠잠한 채 강세 요인만 남는 구도가 이어진다는 뜻이다. 물론 속도를 늦출 변수는 있다. 내국인의 해외투자 유출이 커지면 절상 속도는 완만해지고 환율이 너무 빠르게 내리면 당국이 개입할 수도 있다. 그래도 흑자 구조가 유지되는 한 환율의 방향은 원화 강세 쪽이라고 판단한다.
관전 포인트
- 1,350원: 심리적 지지선. 하회 시 당국의 속도 조절 발언이 나올 수 있는 자리다.
- 반도체 수출 모멘텀: 이 절상의 토대다. 월 1,000억 달러가 유지되는지가 핵심.
데이터: MoneyFlowLab DB (한국은행 ECOS, 미 연준 FRED, KOFR OIS), 2026-09-04 기준, 초안: LLM, 검증과 판단: Capre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