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27일 카카오 종가는 12만 5,000원이었다. 이날 카카오를 산 투자자가 있다고 하자. 그는 한 달 만에 36% 수익을 봤지만 팔지 않고 3년 반 동안 보유했다면 74% 손실을 기록했을 것이다. 그 사이 팔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이 글은 그 기회들이 왜 그냥 지나갔는지, 그리고 내가 차트분석 책을 쓴 이유에 대한 이야기다.

2020년 카카오는 쉬지 않고 올랐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집에 머물면서 메신저, 결제, 콘텐츠처럼 카카오톡 위에서 돌아가는 사업이 함께 커졌다. 2021년에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상장이 다가오면서 자회사 가치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더해졌고 4월에는 주식을 5분의 1로 나누는 액면분할로 개인투자자가 사기도 쉬워졌다. 2020년 3월 저점에서 1년 2개월 만에 주가가 4.6배가 됐다. 투자자는 그 상승을 지켜만 보다가 2021년 5월 27일 12만 5,000원에 샀다. 늦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더 늦기 전에 사야 한다는 쪽을 택했다.
한 달 뒤인 6월 23일 주가는 16만 9,500원이 됐다. 수익률은 36%였다. 그 사이 6월 15일에는 네이버를 제치고 시가총액 3위에 올랐다. 이때 팔지 않은 이유는 단순하다. 더 오를 것 같았다. 주변에서도 온통 카카오 이야기였다.
7월 15일 주가는 15만 9,500원이었다. 여전히 28% 수익이었지만 투자자에게는 손해처럼 느껴졌다. 3주 전에 16만 9,500원을 봤기 때문이다. 고점을 한 번 본 사람은 그 아래 가격에서 잘 팔지 못한다. 투자자는 16만 9,500원이 다시 오면 팔기로 했다.
9월 9일 주가는 12만 8,500원으로 내려왔고 이날 12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떨어졌다. 계좌 수익률은 3%까지 하락했다. 120일 이평선은 장기 추세를 보여주는데 주가가 이를 하회하면 상승 추세가 끝났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미련이 남은 투자자는 겨우 본전 수준에서 만족할 수가 없었다.
2022년 1월 27일 주가는 8만 2,600원까지 떨어졌다. 34% 손실이었다. 3월 18일 10만 8,500원까지 반등하자 투자자는 본전이 오면 팔겠다고 다시 마음만 먹었다. 크게 떨어진 주가가 잠깐 되돌아오는 이런 반등을 데드캣 바운스라고 부른다. 반등은 거기서 끝났고 투자자는 원금이 아까워 13% 손실에서 팔지 못했다.
2023년 2월 9일 7만 900원까지 올라온 것이 마지막 반등이었다. 손실은 43%였다. 이만큼 떨어지면 파는 결정은 더 어려워진다. 팔면 손실이 확정되기 때문이다. 투자자는 어쩔 수 없이 장기투자를 하기로 했다.
2024년 11월 14일 주가는 3만 2,800원이었다. 손실은 74%다. 투자자는 아직 카카오를 들고 있다.
투자자에게 없었던 것
이 투자자에게 정보가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카카오는 매일 뉴스에 나왔고 누구나 주가를 볼 수 있었다. 없었던 것은 언제 팔지에 대한 기준이다. 기준이 없으니 매번 그날의 감정대로 결정했다. 오를 때는 욕심 때문에, 떨어질 때는 본전 생각 때문에 파는 날을 미뤘다.
내가 『AI로 더쉬워진 차트분석』을 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차트로 미래를 맞힐 수는 없다. 대신 어디서 사고 어디서 물러날지를 감정이 끼어들기 전에 정해 둘 수 있다. 카카오 투자자에게 120일선 이탈이라는 기준 하나만 있었어도 12만 8,500원 언저리에서 수익을 지키고 나올 수 있었다.
책을 쓰며 39개 지표를 과거 데이터로 검증해 보니 지표 하나만으로 꾸준히 돈을 버는 경우는 드물었다. 여러 지표를 함께 보고 손절 원칙을 지킬 때 비로소 오래 버티는 방법이 됐다. 차트는 만능이 아니지만 기준이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지금 삼성전자를 가진 투자자
카카오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지금 비슷한 자리에 서 있는 투자자가 많아서다. 삼성전자는 6월 18일 36만 2,500원으로 고점을 찍고 7월 30일 20만 7,000원까지 43% 떨어졌다. 9월 23일 종가는 28만 5,500원이다. SK하이닉스도 6월 22일 291만 9,000원에서 7월 30일 132만 2,000원까지 55% 떨어졌다가 186만 2,000원까지 올라왔다.

오른쪽 막대는 올해 가격대별로 거래가 얼마나 이뤄졌는지를 보여주는 매물대다. 올해 거래가 가장 많이 쌓인 곳은 25만~28만원 구간으로 전체의 23%다. 7월 급락 뒤 반등하는 동안 이 가격대에서 주인이 많이 바뀌었다. 지금 주가는 이 구간을 막 넘어섰다.
현재가 위로는 29만 5,000원부터 37만원 사이에 올해 거래량의 19%가 있다. 대부분 6월 고점 근처에서 산 사람들이다. 카카오 그래프의 ⑤번 자리에서 본전이 오면 팔겠다고 마음먹었던 투자자와 같은 처지다. 주가가 이 구간으로 올라갈 때마다 이 물량이 매도로 나올 수 있다.
지금의 반등이 카카오 ⑤번 같은 반등인지 다시 고점을 향하는 길인지는 알 수 없다. 앞선 글에서 쓴 것처럼 삼성전자의 이익과 배수만 보면 더 오를 근거는 충분하다. 다만 어느 쪽이든 기준 없이 들고 있으면 또 감정대로 결정하게 된다.
추세가 꺾인 코스피

코스피는 6월 22일 9,115까지 올랐다가 7월 30일 5,594까지 39% 떨어졌다. 9월 23일은 7,081이다.
그래프의 음영이 볼린저 밴드다. 20일 이동평균을 가운데 두고 위아래로 표준편차의 두 배만큼 띄운 띠로, 주가가 평소 움직이는 범위를 보여준다. 상반기 코스피는 밴드 위쪽을 따라 올랐다. 이런 구간에서는 추세를 따라가는 매매가 맞다. 이동평균 위에 있는 동안 계속 보유하고 아래로 내려오더라도 곧 반등할 만큼 추세가 살아 있었다.
8월 이후는 다르다. 지수는 밴드 안에서 위아래로 오가고 밴드 폭도 7월 말 38.7%에서 지금 9.7%로 좁아졌다. 추세적 상승이 아니라 횡보하는 장이 되었다. 이런 장에서 추세추종 매매를 하면 사자마자 떨어지고 팔자마자 오르는 일이 반복된다.
방향이 없는 장에서는 밴드 매매로 바꾸는 편이 낫다. 주가가 밴드 하단 근처로 내려오면 조금씩 사고 상단 근처로 올라가면 조금씩 줄인다. 9월 23일 기준 코스피 밴드는 하단 6,513, 상단 7,175다. 다만 밴드를 크게 벗어나는 날은 새 추세가 시작되는 신호일 수 있어 손절 기준을 함께 정해 둬야 한다. 이 방법도 만능은 아니지만 아무 기준 없이 버티는 것보다는 손실을 관리하기 쉽다.
새로 주식을 시작한 투자자에게
올해 처음 주식을 시작했다면 이런 장에서 매매 기술보다 먼저 필요한 것이 있다. 이런 장을 버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장기투자다. 그런데 장기투자는 오래 들고 있는 것만으로 되지 않는다.
카카오 투자자도 3년 반을 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장기투자라고 부르기 어렵다. 들고 있을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고 팔 기준도 없었다. 시간이 흘렀을 뿐이다.
장기투자가 되려면 이 회사를 왜 가지고 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익이 어디서 나오고 앞으로 늘어날지, 지금 가격이 그 이익에 비해 싼지 비싼지를 알아야 주가가 30% 빠져도 들고 있을 수 있다. 그 설명을 만드는 일이 기본적 분석이고 결국 주식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차트는 공부한 사람을 돕는 도구
순서는 이렇다. 먼저 공부로 좋은 회사를 고르고 확신을 만든다. 그다음 차트로 언제 사고 언제 물러날지를 정한다. 확신 없이 차트만 보면 신호가 나올 때마다 사고팔기를 반복하게 되고 차트 없이 확신만 있으면 카카오 투자자처럼 팔 자리를 모두 놓친다.
앞으로 이 블로그와 유튜브에서 책의 내용을 하나씩 풀어갈 예정이다. 다음에는 카카오 투자자가 놓친 첫 번째 기준인 이동평균선부터 이야기하겠다.
본 자료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종목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사례의 투자자는 설명을 위해 가정한 인물입니다.